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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 어떻게 극복하지? 나의 산후 우울증 증상과 극복 이야기

파란하늘시은맘 2024. 12. 9.

산후 우울증? 그거 정신상태가 약한 사람이 걸리는 것 아냐?
뭔 우울증이야! 우울하면 만화책 같은 거나 재미있는 코미디 영상 같은 거 보면서 기분 풀어!

 

우울하다 말했을 때 주위 지인에게서 많이 들어 보셨죠? 그런데.. 이거.. 제가 우울증 겪기 전에 지인에게 한 말이었어요.

저는 제가 겪어보기 전에는 우울하다, 우울증 걸린 것 같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었어요. 아이고... 정말 힘든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건데...

 

이렇게 행동한 저를 반성하며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해요.

증상: 뮈든 다 싫어...

저는 난임 16년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를 가졌고 임신 기간에도 입덧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정말 행복하게 딸아이를 기다렸어요. 그랬기에 산후 우울증은 임신기간에는 생각지도 못했고요.

끝없는 피곤함과 귀찮음

아이를 안고 힘들어서 쇼파에 축 쳐져 있는 내 모습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 정말 몸이 너~무 피곤한 거예요. 걸어 다닐 때도 몸에 큰 암석을 메고 걸어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주위 지인들과 가족에게 몸이 너무 힘들어 무거워라고 이야기를 해도 "아직 애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은 거야"라는 답변만 무슨 정답지처럼 누구든 물어보면 같은 답을 주곤 했어요. 이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돌보니 진짜 몸이 정말 천근만근이었어요.

 

그리고 다 귀찮아요... 아이가 배고파서 울면 수유를 하던 분유를 타던 줘야 하는데 멍하니 쳐다보다가 순간 정신 차려서 "아! 내가 이러면 안 되지"하고 아이를 챙기게 되고 본인 밥은 차려 먹기 귀찮으니 안 먹던가 하루 한 끼 먹는 경우도 허다 해 졌어요.

이유없는 눈물

아이를 안고 있는 우울한 내 모습

아기가 하는 일이야 울고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게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우는 것이 처음에는 무섭더니 나중에는 짜증 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후에는 아이가 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같이 울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왜 울어? 힘들어서 울어?"라고 말하는데 그냥 답을 줄 수가 없었어요.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지금 이 아이를 낳았으니 다시 도로 뱃속에 넣을 수도 없는 거고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키워야 하는데 최소 20년은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왠지 지옥에 떨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남편에게 말을 하겠어요? "너의 애를 낳았는데 낳고 보니 내가 지옥에 떨어진 느낌이야... 애 못 키울 거 같아... 나 정말 죽을 거 같아"라고 하면 남편이 이해해 줄까? 아니 말한다고 이게 이해나 될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진단: 약을 먹어 보시면 어떨까요?

산후우울증이 오면 엄마들이 잘 모른다고 하던데 저는 모를 수가 없었던 게 우울증이 너무 극심하던 그때, 저도 모르게 울면서 딸아이를 던질 뻔한 것을 남편이 막았어요.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욱하면서 일어난 일이라 정말 저도 아차 싶었어요. 결국 안 되겠다 생각하여 정신과로 제 발로 찾아갔어요.

 

찾아갈 때도 오만 생각을 다 하면서 갔어요.

 

"정신과 기록이 남아서 다시 취업하려고 할 때 취업이 안되면 어쩌지?" 

 

"정신과 기록은 평생 꼬리표처럼 가지고 가야 하는 것 아냐?"

 

버스 정류장에서 병원 가는 버스를 몇 대를 보내면서 정류장 의자에 앉아 얼마나 생각을 했는지 몰라요. 정말 두려웠지만 "진짜 이러다가 내가 딸아이를 죽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더 커서 결국에는 정신과 문을 두드렸어요.

정신과 상담 모습
ⓒpixabay

정신과 선생님께서는 제 이야기를 쭉 들어보시더니 수유를 끊고 약을 복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해 주셨어요. 그리고 전제 조건을 거셨는데 본인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의사 소견 없이 약을 끊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럼... 제대로 치료가 안된다고 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건가?"

 

결국 두려움이 앞서 약은 먹지 않겠다고 말하니 "정신과를 처음 방문을 하시는 환자분은 의사를 믿지 못하는 상태로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심각하다는 것은 인지를 하고 계시는데요. 그럼 가볍게 속는 셈 치고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상담은 꾸준히 올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치료와 경과: 오래 걸렸지만 원래의 상태로...

솔직히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상담으로 치료가 될까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 말대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주 2회 꾸준히 갔어요. 그런데 의심이 엄청 많았던 저도 일반적인 사람과 답이 다르다 보니 제 상황을 더 많이 말하게 되고 말하면 답을 주시고 하니까 점점 상황이 좋아지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나 진짜 너무 힘들어서 애를 못 보겠어?"라고 주위 지인에게 말을 한다면 "니 애인데 누가 봐? 힘들어도 봐야지. 일 년만 참아! 시간이 지나면 덜 힘들어"라고 답변이 온다면 선생님은 "그럴 때는 가족에게 맡기세요. 환자분의 딸아이는 환자분의 딸이기도 하지만 남편분의 딸이기도 해요. 힘들게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어떻게 맡기냐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남편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와이프의 손을 놓지 않아요. 인생의 동반자이잖아요. 만약 남편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상처받지 말고 쿨하게 돈을 주고 생판 모르는 사람인 기관에게라도 맡기세요. 엄마도 사람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저는 정신과 상담 선생님과 많은 상담 끝에

 

1. 나의 생각을 온전히 다 신랑에게 털어놨어요. 처음에는 신랑이 그렇게 까지 생각하는지 몰랐다며 놀랐지만(베란다를 쳐다보고 있으면 멍하니 있다가 뛰어내리면 이 지옥이 끝날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이야기까지 다 했어요) 받아들여 줬어요

 

2. 신랑과 논의 끝에 금방 치료는 다 되지 않을 것 같고 저는 약은 먹기 싫고 오래 걸릴 듯한데 우리끼리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어요.

아이를 대신 봐주는 친정 엄마
아이를 대신 봐주는 친정 언니

그리고 처음에는 친정 엄마와 친정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너무 민폐라 할 짓이 못되더라고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결국에는 아기 봐주는 업체를 찾아서 일정시간 아기 봐주시는 것을 등록했어요.

 

3. 아기 봐주시는 분이 계실 때는 아기 뒤도 안 보고 집을 나왔어요. 온전히 나를 위한, 나를 보듬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대신 아기 봐주시는 분 면접을 볼 때 정말 철저하게 보았고 cctv 연결도 돌봐주시는 분께 양해를 얻어서 아기 봐주시는 시간 동안에는 제가 아닌 신랑이 근무를 하면서 확인했어요.

독서하는 모습
ⓒpixabay

저는 그 시간에 운동을 하기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가볍게 산책을 하던가 찜질방을 가던가 아니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그 시간에는 딸아이는 생각 안 하려고 노력을 했고 폰에 있는 딸아이 사진도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아마 저 혼자서 정신과 문을 두드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고 했다 하면 엄마의 의무감이라는 무게에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그러나 의사 선생님 말처럼 "육아는 20년 이상 길게 해야 하는 레이스이기에 몸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뛰다가 쓰러지면 더 문제가 된다. 남이 욕을 하든 말든 본인의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믿었어요.

 

근 1년을 이렇게 진행을 하고 나니 딸아이도 커서 손이 덜 가게 되고 저도 혼자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후 점차 아이 돌봐주시는 시간을 4시간에서 3시간, 2시간, 1시간 순차적으로 줄인 후에 없앴고 정신과 진료도 의사 선생님이 종결해 주셨어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산후우울증 검색을 하고 들어오셨을 텐데 이것저것 포스팅을 봐도 제대로 된 경험담과 해결책이 아닌 교과서 같은 내용을 보고 답답하셨던 분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저의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육아를 하시는 데 그리고 산후 우울증을 견디어 내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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